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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고치는 손쉬운 방법

우리 집의 차들은 낡았다.
요즘 차들의 화려한 led불빛
무슨 크루즈 컨트롤이니 하는
현란한 옵션은커녕 후방카메라조차 없다.

아무튼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신랑이 총각 때부터 타던
시아버님이 사주신 뉴스포티지인데
이 차가 7월 말쯤 출근 길에 노들길 양화대교 진입 직전에
시동이 꺼져버렸다.

한창 공사 중이라 공사 바리케이드로 만든
포켓 구간이 있어서 다행히 차를 주차했지만
당장 출근을 해야 하고 밤샘 근무자와 교대해야 했기에
난감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 후부터 어제까지 차는 나의 금쪽같은 돈과 시간을 잡아먹으며 속을 썩였다.

○ 노후 경유차에 엔진 세척제를 안 넣은 점
○ 3050도로 시내 출근만 매일 한 점
○ 그냥 차가 낡은 점
여러 가지 점점점을 따지고 있었는데
큰 이유는 자 자체의 하자였나 보다

결국 egr밸브를 교환하고 끝을 맺었는데
알고보니 이게 연식과 주행거리에 상관없이
무상 교환을 해준단다.
무료라는 말에 솔깃해 아침부터
기아차 직영서비스센터에 갔다가 100프로 예약제란 말에 돌아오고,
전화를 하니 예약사이트라며 이상한 문자를 보내주는데 서비스가 끝난 지 오래고,

간신히 통화된 직원들은
1. ars안내는 문제가 없다. 고객님께서 잘 들으면!
2. 연식과 주행거리가 한참 지나서 무상교체는 안된다.
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아 화나는데 포기해야지 하고 있다가
마지막으로 ars를 잘 듣고 연결된 직영센터 직원이
아주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주었다.

내내 계모한테 구박받다 친엄마를 만난 기분으로 직원분에게 상담을 받았고 무상수리가 가능하다는 대답도 받았지만
결국 예약은 하지 못했다.
지금 예약해도 한 달이나 걸린다고 하는 데다
그나마도 부품이 품절이면 수급을 해서 알려준다고 했다.

차는 당장 서 버릴 것 같은데 한 달은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고민하다 다행히 협력사도 가능하다기에 혹시나 해서 집 근처 오토큐에 연락해보니 해주신다고 일단 오라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결국 오토큐로 가지 않았고 원래 가던 단골 카센터로 향했다.
오토큐에서 처리를 하려고 보니
영 찜찜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일단, 오토큐는 비싸다. 엔진오일 한번 갈러갔더니
이것저것 고치라며 70만 원 견적을 내주셔서 식겁한 일이 있었다.

두 번째, 부품이 대리점도 결품이라며 원래 가던 카센터 사장님께서 수리가 불가하다고 하셨던 터라 무상수리여부는 생각도 않고
순정인지 짝퉁인지 인터넷에 부품이 있길래 급한 마음에 구매해 버렸다.
무상수리의 의미가 절반이 사라진거다.
인터넷 검색을 게을리해서 무상수리가 된다는 걸 늦게 알아차린 내 죄가 크다.

세 번째, 공임의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공짜가 좋을 수도 있지만 차가 이렇게 나이를 드는 동안 꾸준히 봐주신 분이 해주는 게 당연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고장 나서 고생하는 동안 나뿐만 아니라 카센터 사장님도 덩달아 고생을 많이 하셨던 데다가 바가지라곤 모르시는 분께서 차는 또 얼마나 꼼꼼히 봐주시는지
사실 오랜 기간 경정비만 받고 차를 타고 다닌 것도 그분 덕인지도.
연륜과 경력의 믿음은 당연한 거고 그렇게 단골 카센터로 결정을 하고나니 신기하게도 뭔가 불안하고 고민되던 마음이 순식간에 안정이 되었다.

차는 결국 수리를 잘 끝냈고
그동안 출력부족이며 시동이 꺼질 것 같은 위태로운 증상이 깨끗하게 사라지고
다시 우리 집의 든든한 애마로 돌아왔다.
제법 큰 수리를 해서 얼마간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겠지?

참 재밌는게 이번에 차가 고장 나면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차를 바꾸라는 얘기였다.
첫날 차가 고장 나고 기진맥진 카센터를 갈 때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차는 몇 년 타고 중고로 얼른 팔고 새 차로 갈아타는 거라고 나더러 독하다고 하셨다.
(돈이 없어서 그래요. ㅜㅜ)
큰오빠는 차 얘기만 나오면 제발, 제발 바꾸라고 했고
운전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들도 가볍게 "하나 새로 사!"라고 얘기했다.

차를 고치는 손쉬운 방법은 아마도 차를 새로 사는 것인가 보다.

하긴 길거리를 봐도 노후차가 별로 안보일만큼
차들이 좋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여유가 없어서 바꿀 수가 없다.
지금 유지하는 비용도 나에겐 사치스럽다.
나에게 차를 사라던 지인들은 심지어 일도 안 하는 주부들인데 근년식의 좋은 차들을 타고 주기적으로 명품도 사고 드라이브도 자주 다니더라.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도 하다.
수입이 얼마가 되면 저렇게 여유로운지 말이다.
아무튼 그건 그들의 삶이고 내 입장은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친환경 차들이 개발되고
노후 경유차는 점점 갈 곳이 없어진다.
여유가 있으면 바꿀 마음이 충분히 들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없는 소리 같지만
우리 집 스포티지는 추억이 담겨있는 차다.
기계와 정이 들면 좀 오버일까

그리고 내 눈에는 아직 충분히 멋지다.
사실 스포티지 신형이 나올 때
갈아탈까 생각했었는데
디자인이 순간을 위해 만든 것처럼 요란했다.
몇 년 뒤에 그 디자인을 보고 질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뉴스포티지는 분명 어떤 차를 베낀 느낌은 나지만
사실 무난한 디자인이다. 낡은건 확실하지만 촌스러운것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튼 차를 고쳐도 시원치 않은 걸 보니
조금만 힘내 줬음 하는데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어 불안하긴 하다.
그래도 2년 정도는 더 탈 수 있기를....

그리고 기아콜센터의 매너는 조금 많이 아쉽다.
몇천 원 몇만 원짜리 고객들도 그렇게 대하지 않는데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팔면서 조금 더 고객의 입장을 생각해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