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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너무 빨리 죽는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너무 빨리 죽는다.
가정을 꾸리고
술과 담배와 회사에 찌들어
책임감에 눌려있다가
간신히 한숨 돌릴 무렵
마치 다른 세계의 어딘가로 유학을 떠나듯이 죽는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고
결혼생활의 70프로를
1층 안방에 누워계신 아버님만을 보긴 했지만
아버님 역시 그런 삶이었다.
좋은 며느리는 아니었지만
아버님도 좋은 시아버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효심이 깊은 며느리는 아니었는데
아버님은 나를 맘 편히 살게 해 주시고 아껴주셨다.
그 마음만큼은 충분히 알고 있었고
역시나
우리 아버지에게 그랬듯
불효자식으로 떠나실 때는 많이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다.
그런 아버님도 많지 않은가
며느리가 들어와서 여러 가지 역할을 기대하고 소소한 집안일을 해주길 바라는
아버님은 내게 물 한번 떠다 달라고 하지 않으셨다.
40대의 중반이 되고 보니 아직 한창일 것만 같던 삶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주변의 사람들이 의외로 60대에 많이 돌아가셔서 트라우마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남은 날들로 헤아리는 시점부터 중년의 마음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할 일은 많고 돈은 없다.
이 복잡하고 할 일 많은 세상에서 짧은 생의 얼마만큼 이 의미 없이 소모되는 걸까
오롯이 나로서는 얼마나 살았을까
너무 고단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