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은 왠지 이방인의 거리 같고
그도 아니면 예술가의 거리 같고
아니면 젊음의 거리
어쨌든 뭔가 선뜻 가보기엔 내가 너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간
지난달에 이태원 클라쓰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
한 십 년 전쯤 뮤지컬 보러 녹사평에 가기 전 밥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나 일 때문에 낮시간에 두어 번 가본 곳
핼러윈에는 이태원 거리가 꽉꽉 막힌다고는 들었지만
가보고 싶은 나이는 지났다고 생각한
이태원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곳이었다.
춘천에서 모임이 있어 돌아오던 길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올림픽대로가 너무 밀렸다.
토요일 밤에 별로 지나가 본 적이 없어서 그 또한 그러려니 했었는데
집에 와서 카카오 친구 중 누군가가
뉴스 링크를 보내주고
사진을 공유했다.
비현실적인 사진들
처음엔 만우절 장난처럼 핼러윈에도 이런 장난을 치는 건가 했는데
뉴스 기사가 잔뜩 올라오기 시작했고
동영상이며 커뮤니티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버렸다....
어이없이 생겨버린 누군가의 빈자리
그 저녁 그 즐거운 자리가 지옥이 돼버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어이없는 죽음의 숫자가 주말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예쁜 아들딸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을
꽃다운 청춘
누군가는 남의 나라 명절에 왜 들떠서 그런 곳에 가서
그렇게 됐느냐고 전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남의 나라 명절이라고 하기엔 젊은 층에겐 크리스마스처럼 의미 있는 날이 된 지 오래다.
이제 막 코로나의 우울한 규제와 마스크를 내려놓고
모처럼 즐기게 되었는데
적어도 젊은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그런 문화를 즐겼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세대에나 그런 문화는 있었고
그중에 전통적이라고 할만한 게 있었던가
퇴근길에 근처 분향소에 잠시 다녀왔다.
이태원이라면 희생자가 어쩌다 한 번은 마주쳤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근처 꽃집에 국화가 없어서 흰 장미를 샀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일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소중한 분들도 모두들 이맘때 떠나셨다.
이번 사고처럼 황망히 가시기도 했다.
나는 너무 아픈데
가을 산천이 너무 예뻐서 서러웠고
믿기지가 않는데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던 시간
곱게 잘 키운 아들 딸을 잃어버린 신 분은
어떤 심정일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 아픔을 부디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삼가 고인분들의 명복을 마음 깊이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