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구몬을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도 구몬을 시작했다.
초등 2학년인 아들은 여름까지 밀크티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당시 태블릿으로 하는 학습지?를 고민했는데
결국 주변에 아이 친구 엄마와 같이 밀크티에 가입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혜택도 있었고,
천재교육의 역사도 있고,
...... 사실 교재는 다 어지간히 좋을 거고
결국 공부란 건 아이가 열심히 하면 의미가 생기는 건데
좀 더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게 어떤 건지 고민이 되었다.
불량한 엄마라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지도 못했고
스스로 읽는 습관도 없었고
공부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아이이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법만 익혀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답게
당연히 태블릿 교육 재가 좋을 것 같았고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방대한 공부 거리 놀거리 등이 완전 가성비가 끝내주는 느낌이라
괜찮은 선택이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올 가을이 다가올 무렵
그동안 들였던 돈이 아까워서 유지하던
밀크티를 긴 고민 끝에 탈퇴하고 말았다.
일주일에 한 번 화상으로 만나던 선생님이
그나마도 일 때문에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참 친절하고 좋으셔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던 건
편리해 보이는 그 기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내가 봐주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선생님과 면담하는 그 10분남짓의 시간외에
기계를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나 역시 퇴근시간이 들쭉날쭉해진 데다
집에 오면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녹초가 되곤 해서
기계를 작동하고 오늘의 분량을 찾아서 체크하고 하는 과정들이 순간순간 너무 귀찮게 느껴졌다.
결국 밀크티로는 실속 없이 금전과 시간만 보내다
학원을 하던 친구가 연락해서 구몬을 추천해줬다.
찾아보니 구몬 역시 태블릿 기계가 있긴 했지만
아직까지 지류 학습지가 잘 유지되는 편이고
수준과 능력에 맞춰 담당교사가 직접 찾아와 지도해주는 방식도 좋았다.
결국 남은 기계값을 일시로 납부하고 -솔직히 밀크티 태블릿이 후져도 너무 후져서 바가지를 옴팡 쓴 느낌이었다.- 구몬에 새로 가입하여 이제 막 한 달이 지났다.
한 달간의 변화는-
아이는 집에 오면 공부와 담을 쌓고 게임하느라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온다는 부담 때문인지
지류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하루에 잠시라도
할당량의 공부는 하려고 했다.
나 역시 오링에 끼워진 손바닥만 한 학습지가 살펴보기 쉬워서 예전보다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왠지 종이에 연필로 쓰는 과정이 귀엽게 느껴졌다.
구몬은 해본 적이 없었지만 슬쩍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 성인과정도 있나 싶어 살펴보니
여러 가지 과목이 있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수학, 국어
그중에 과목은 일본어로 정했다.
한때 일본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나마 익숙한 데다
어순이 다르고 발음이 어려운 영어, 중국어는 아직도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나도 구몬을 신청하고 교재를 받아보니 한 달에 3만 원 남짓의 가격인데 분량이 좀 적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를 탓할게 아니라 나 역시
책이며 무언가를 배우는 일을 너무 멀리하며 살고 있었는데
마음속에 조그마한 자극이 생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연필을 쥐고 히라가나와
쉬운 단어들을 따라 써보니 즐거워졌다.
지난주까지는 구몬선생님이 월요일에 오셔서
만날 수가 없었는데
어제 처음으로 구몬 선생님도 뵙고
아이의 수업과정도 보게 되었다.
초등학습지 선생님이라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는데
순간순간 아이를 지도하는 모습이
전문가 포스가 느껴져서 아 역시 가르치는 분들은 다르구나를 느꼈다.
엄마가 많이 알려준 것도 없는데 구구단도 씩씩하게 다 외우고
수업에도 진지하게 참여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새로웠고 기특했다.
구몬 선생님은 왜 일본어를 교재만 받고 수업을 하지 않냐고 여쭤보셨는데
뭐 일단은 조금 부끄러워 서였고
선생님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한자 얘기가 나왔는데
이왕이면 일본어와 한자를 병행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한자 과목을 하나 추가해 보았다.
살면서 학교에 가는 거
외에는 뭔가 크게 배우러 다녀 본 적이 없었는데
한자 수준 상담을 잠시 해주시는데
그 짧은 순간에도 내가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확인하게 되어 이래서 누군가에게 배우는구나 싶었다.
시대가 바뀌니 공부하는 방법도 교육의 지향점도
바뀌는 게 당연하고 나는 그 속도와 방법을 쫓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여전히 크게 바뀐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엄마의 구몬
길게 보고 오래갔으면 좋겠다.
지류 학습지도 사라지지 않았으면 더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