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학교

화곡동 빌라촌이 즐비한 우리 동네는
아이가 마땅히 뛰어놀만한 장소가 없다.
그렇기에 모두들 아파트, 아파트를 찾아 떠나지만
어쨌든 이곳에 사는 입장에서
이곳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뛰어놀 수 있는 초등학교의 대처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오후 볼 일을 보고 집에 오니
집 앞 주차장을 죄다 막고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도무지 차를 댈 수가 없었다.
또 전화를 해서 차를 빼달라고 하려다가
금방 가겠거니 얼굴 붉히기 싫어 동네를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초등학교 앞에는 수영장 건물이 있는데 그 앞으로 주차장이 형성되어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10 대남짓 세워졌을까 텅텅 빈 주차장을 보고 잠시 차를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입구를 틀어막고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세워져 있고 마침 사람이 한 명 내렸다.
창문을 내리고 비켜달라고 하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주차자리가 없어서 잠시 차를 대면 안 되겠냐고 하자
본인은 수영장 건물 직원인데 이안에는 차를 못 댄다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본인더러 주차장을 지키라고 했다'는 거다.
물론 그 주차장에 내가 차를 댈 자격은 없다.
하지만 며칠 전 안전을 이유로 그곳은 차만 드나들게 한다는 학교의 공고를 보았는데
그런 방침까지 세워놓고서는 이곳을
이렇게까지 틀어막아야 하는 걸까 싶었다.
막막한 심정에 약 올리는 듯 텅텅 빈 주차장이 너무 섭섭하게 느껴졌다.
물론 오랜 시간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학교는 그런 방침을 정했을 거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지기 힘드니까
-주차장을 아무나 이용하면 그 역시 혹여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방침으로 이곳의 아이들은 더 위험하고 무방비한 공원의 좁은 보도블록 위에서 축구를 하고,
자전거를 배우려면 자전거를 싣고 한강이나 목동의 공원으로 가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거지 이게 어떻게 학생을 위한 걸까
그 수영장 역시 작년쯤 사업자가 바뀌면서 가격을 30프로 이상 올려버렸다. 그동안 싸도 너무 싸게 운영을 해왔단다.
기존의 회원에겐 수영을 더 할 건지 어떨 건지 묻지도 않고 목동의 학생을 유치하려는 블로그광고를 대대적으로 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조금 비합리적이지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보니 비록 내가 잘한 게 없었을지라도 오늘 그 입구를 막은 직원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주말이라도 그 주차장을 지역주민을 위해서 개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건 도무지 어려운 걸까
수영장 회원비를 유지해서 다 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할 수는 없었던 걸까
어째서 이 지역에서 세금을 내는 우리가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밀려나야 하는 걸까
뭐든 이렇게 비용이 들고 답답한 조치를 건의할만한 곳조차 없는 걸까
꽉 막혀있는 닫힌 학교가 오늘따라 더 속상하다.
영등포에 사무실이 있는 이 동네 국회의원도 뭘 하는지 모르겠다.
유세할 때 빼곤 존재감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