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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학교

맴도는팽이 2023. 3. 25. 23:51

기능을 잃은 디자인의 옷들로 신선한 충격이었던터라 캡쳐했던 유튜브의 한장면처럼 지금의 학교가 그런것 같다.

화곡동 빌라촌이 즐비한 우리 동네는
아이가 마땅히 뛰어놀만한 장소가 없다.
그렇기에 모두들 아파트, 아파트를 찾아 떠나지만
어쨌든 이곳에 사는 입장에서
이곳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을 보호하고 뛰어놀 수 있는 초등학교의 대처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오후 볼 일을 보고 집에 오니
집 앞 주차장을 죄다 막고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도무지 차를 댈 수가 없었다.
또 전화를 해서 차를 빼달라고 하려다가


금방 가겠거니 얼굴 붉히기 싫어 동네를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초등학교 앞에는 수영장 건물이 있는데 그 앞으로 주차장이 형성되어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10 대남짓 세워졌을까 텅텅 빈 주차장을 보고 잠시 차를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입구를 틀어막고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세워져 있고 마침 사람이 한 명 내렸다.
창문을 내리고 비켜달라고 하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주차자리가 없어서 잠시 차를 대면 안 되겠냐고 하자
본인은 수영장 건물 직원인데 이안에는 차를 못 댄다고 대답했다.
'학교에서 본인더러 주차장을 지키라고 했다'는 거다.


물론 그 주차장에 내가 차를 댈 자격은 없다.
하지만 며칠 전 안전을 이유로 그곳은 차만 드나들게 한다는 학교의 공고를 보았는데
그런 방침까지 세워놓고서는 이곳을
이렇게까지 틀어막아야 하는 걸까 싶었다.


막막한 심정에 약 올리는 듯 텅텅 빈 주차장이 너무 섭섭하게 느껴졌다.


물론 오랜 시간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학교는 그런 방침을 정했을 거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놀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지기 힘드니까
-주차장을 아무나 이용하면 그 역시 혹여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방침으로 이곳의 아이들은 더 위험하고 무방비한  공원의 좁은 보도블록 위에서 축구를 하고,
자전거를 배우려면 자전거를 싣고 한강이나 목동의 공원으로 가야 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거지 이게 어떻게 학생을 위한 걸까


그 수영장 역시 작년쯤 사업자가 바뀌면서 가격을 30프로 이상 올려버렸다. 그동안 싸도 너무 싸게 운영을 해왔단다.
기존의 회원에겐 수영을 더 할 건지 어떨 건지 묻지도 않고  목동의 학생을 유치하려는 블로그광고를 대대적으로 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조금 비합리적이지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고 보니 비록 내가 잘한 게 없었을지라도 오늘 그 입구를 막은 직원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주말이라도 그 주차장을 지역주민을 위해서 개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건 도무지 어려운 걸까
수영장 회원비를 유지해서 다 같이 이용할 수 있게 할 수는 없었던 걸까
어째서 이 지역에서 세금을 내는 우리가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밀려나야 하는 걸까
뭐든 이렇게 비용이 들고 답답한 조치를 건의할만한 곳조차 없는 걸까


꽉 막혀있는 닫힌 학교가 오늘따라 더 속상하다.
영등포에 사무실이 있는 이 동네 국회의원도 뭘 하는지 모르겠다.
유세할 때 빼곤 존재감이 없네....